내면 흔드는 진동 ...내년 1월20일까지 S2A ‘부도위도(不圖為圖)’전
정수진 개인전 ‘부도위도(不圖為圖)’가 내년 1월 20일까지 S2A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 ‘부도위도’는 ‘그리지 않는 것을 그린다’는 뜻이다. 정수진은 현실에서 보이는 형상을 재현하기보다 자신만의 색형(色形) 체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의식의 구조를 가시화한다. 즉, 사물의 외형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감정, 생각, 무의식, 리듬, 균형 같은 것들을 그림안에서 연구하고 표현한다.
“정수진의 회화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출발한다. 그가 말하는 ‘현실계’는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구체적인 세계이며, ‘형상계’는 그 현실을 바라보는 무수한 시선과 차원을 뜻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이 두 세계가 맞닿고 스치는 순간, 즉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계의 틈에서 태어난다.
그의 그림은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감정이 형태를 잃고, 사물의 리듬 속으로 흩어지는 과정에 가깝다. 반복되는 병의 형태, 겹쳐지는 이미지, 번져나가는 색채 속에서 감정은 점차 이름을 잃는다. 그러나 그 자리는 결코 차갑거나 공허하지 않다. 감정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의식의 잔향, 미세한 진동이 화면 전체를 감싸며 보는 이의 내면을 흔든다.이러한 태도는 그가 말하는 ‘부도위도(不圖為圖)’ ― “그리지 않는 것을 그린다” ― 로 이어지는데, 이는 단순히 비워두는 행위나 공백의 미학이 아니다. 오히려 그릴 수 없기에 더욱 존재하는 세계,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선명한 세계에 대한 선언처럼 느껴졌다.정수진이 말하는 ‘형상계’는 감정이 잠시 머무는 장소이자, 사물과 인간의 의식이 얽혀 있는 그물망이며, 그의 화면 속 ‘감정의 시간’은 폭발처럼 터져 나오기보다, 감정이 사라진 자리에서 잔잔히 드러난다. 폴 발레리가 말했듯, “예술은 감정의 순간이 아니라, 감정이 사라진 자리에서 남은 의식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S2A 디렉터 강희경)
2025년 프리즈 서울 솔로 부스를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은 정수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랜 시간 구축해 온 이론적 사유를 회화의 형식으로 본격 구현했다. , 색과 형태 중심의 이전 작업에서 회화의 구조와 관계로 나아가는 작가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정수진(1969–)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쌈지와 두산 레지던시를 거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파리 에스파스 루이 비통, 국립타이베이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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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3,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