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언어로 추상의 세계를 펼치는 한국 여성 작가 4인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S2A(에스투에이)에서 열리고 있다. ‘유영하는 선’으로 이름 붙여진 전시는 박인경(99), 차명희(51), 김미영(41), 엄유정(40)의 작품 중 선이 돋보이는 회화와 드로잉 5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구성 역시 세대를 잇는 한국 여성 작가들이 선의 표현을 통해 이어지고 또 차별화되는 모습을 한 눈에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앞선 세대인 박인경의 수묵 추상 속 과감하고 폭발적인 선이 차명희의 흐르는 듯한 유려함으로 이어지고 김미영이 반복과 변주로 도출한 리드미컬한 선과 엄유정의 부피감 가득한 유기적 선들로 확장해 나간다. 선이라는 단순한 요소가 이토록 다양한 감정과 다른 정서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각적으로 와 닿는다. 작가들의 대표작을 감상하고 나면 전시장 가운데 별도 구획된 공간에 도착하는데 이곳에는 네 작가의 소품과 드로잉이 뒤섞여 전시돼 있다. 작가의 선과 작품을 연결해보며 네 작가의 선을 비교하고 구분해보는 것은 전시의 재미 있는 감상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들 작가가 펼치는 추상 세계에는 자연의 짙은 생명력이 전해진다는 점도 흥미로운 공통점이다. 원형의 청록색 선들이 층층이 쌓인 김미영의 작품 ‘리프 더 딥스(Leaf-the-Dips)’는 수면 아래 혹은 수면 위로 떠오른 잎사귀들이 마치 춤을 추는 듯 보이고 엄유정의 작품 속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갈색과 검은 선들은 나뭇가지처럼 힘차게 뻗어 나가며 고목에 다시 돋아날 새순을 기대하게 한다. 7월 5일까지.